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라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일반적인 안내입니다. 계약 금액이 크거나 저작권·손해배상 조건이 복잡한 경우에는 변호사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계약서 없이 일하면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나
가장 흔한 것은 범위 다툼입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포함 아닌가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기준이 없으면 목소리 큰 쪽이 이깁니다. 두 번째는 지급 시점입니다. 기한을 정해두지 않으면 상대는 자기 회사의 정산 흐름대로 처리하고, 프리랜서는 두세 달을 기다리게 됩니다. 세 번째는 중단입니다. 프로젝트가 도중에 엎어졌을 때 그때까지 한 작업의 대가를 받을 근거가 없으면 사실상 전부 손해로 남습니다. 마지막은 저작권입니다. 대금을 다 받기도 전에 산출물이 쓰이고 있는데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 네 가지는 모두 "합의를 안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합의를 적어두지 않아서" 생깁니다. 구두로는 서로 같은 말을 했다고 믿지만, 두 달 뒤의 기억은 각자에게 유리하게 남습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할 6가지 조항
1. 업무 범위와 산출물 정의
"웹사이트 디자인"이 아니라 "PC/모바일 시안 각 1종, 페이지 5종(메인·소개·서비스·문의·목록), 최종 산출물은 Figma 파일과 이미지 원본"처럼 셀 수 있는 단위로 적습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예: 퍼블리싱, 카피라이팅, 촬영, 유지보수)도 한 줄로 명시해두면 추가 요청이 왔을 때 자연스럽게 별도 견적 이야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2. 대금과 지급 시점
총액, 세금 처리 방식(3.3% 원천징수인지 부가세 10% 별도인지), 지급 일정, 입금 계좌를 적습니다. "완료 후 지급"은 기한이 아닙니다. "검수 완료일로부터 14일 이내" 또는 "익월 15일 지급"처럼 날짜로 계산되는 표현을 쓰세요. 세금 표기가 헷갈린다면 3.3% 원천징수 정리를 참고하시고, 기한·선금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는 결제 조건 가이드에 정리해두었습니다.
3. 수정 횟수 제한
범위 다툼의 절반은 수정에서 나옵니다. 횟수와 "한 회차의 정의"를 함께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안 확정 전 2회, 확정 후 디테일 수정 1회. 한 회차는 취합된 피드백을 한 번에 받아 반영하는 것을 말하며, 방향 자체를 바꾸는 요청은 별도 협의" 같은 식입니다.
4. 저작권 귀속 시점
누구에게, 언제 넘어가는지를 둘 다 적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흔한 방식은 대금 완납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완납 전까지는 권리가 작업자에게 남아 있고, 완납과 동시에 합의된 범위의 권리가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포트폴리오 사용 여부(공개 가능 시점 포함)도 이때 함께 정해두면 나중에 따로 물어볼 일이 없습니다.
5. 계약 해지 조건
중단될 수 있다는 전제로 씁니다. 어느 쪽이든 서면으로 통지해 해지할 수 있게 하고, 그 시점까지 진행된 작업분에 대한 정산 방법을 정합니다. "해지 시 진행률에 따라 정산하며, 선금은 이미 수행한 작업의 대가로 반환하지 않는다" 정도가 자주 쓰입니다.
6. 지연 시 처리
지급이 늦을 때와 자료 제공이 늦을 때, 양쪽을 씁니다. 상대 자료가 늦어지면 납기도 그만큼 연장된다는 조항이 없으면 지연 책임이 작업자에게 몰립니다. 지급 지연에 대해서는 연체 이자율을 정해둘 수 있는데, 요율은 사안에 따라 다르므로 무리한 수치보다는 상식적인 수준으로 합의하는 편이 실제로 지켜집니다.
위험한 문구를 이렇게 바꿔 쓰세요
- "수정 무제한" → "시안 확정 전 2회, 확정 후 1회. 이후 요청은 회당 별도 견적"
- "만족할 때까지" → "합의된 산출물 목록을 모두 전달하면 완료로 본다. 검수 의견은 전달일로 부터 5영업일 내 회신"
- "작업 완료 후 지급" → "검수 완료일로부터 14일 이내 지급"
- "필요 시 추가 업무 협조" → "본 계약 범위는 아래 산출물에 한하며, 범위 외 업무는 별도 계약"
- "모든 권리는 발주자에게 귀속" → "대금 완납 시 합의된 이용 범위의 권리가 발주자에게 이전되며, 작업자는 포트폴리오 게시가 가능하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세거나 날짜로 계산할 수 있게 바꾼다는 것. 판단이 필요한 표현은 나중에 반드시 서로 다르게 해석됩니다.
정식 계약서가 어려울 때: 메일 한 통이면 됩니다
소액이거나 오래된 거래처라 계약서를 꺼내기 어색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착수 전에 합의 내용을 정리한 메일을 보내고 "네, 맞습니다"라는 회신을 받아두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기록이 됩니다.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이 메일이 사실상 계약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착수 전 · 합의 확인 메일 예시
안녕하세요, ○○○입니다. 진행 전에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드립니다. 아래 내용이 맞는지 한 줄 회신 주시면 그대로 착수하겠습니다. · 업무 범위: 메인 1종, 서브 3종 디자인 시안 (퍼블리싱 미포함) · 산출물: Figma 원본 및 이미지 파일 · 수정: 시안 확정 전 2회, 확정 후 1회 · 금액: 3,000,000원 (부가세 별도) / 착수금 30%, 잔금은 검수 완료 후 14일 이내 · 일정: 착수일로부터 3주 (자료 전달 지연 시 동일 기간 순연) · 저작권: 대금 완납 시 이전, 작업자 포트폴리오 게시 가능
회신이 오면 그 스레드를 지우지 말고 보관하세요. 이후 청구서를 발행할 때 이 메일의 조건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청구 근거가 명확해집니다. 청구서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는 청구서 필수 항목 체크리스트에 정리해두었습니다.
합의해두면 청구도 쉬워집니다
계약서에 지급 기한이 날짜로 적혀 있으면 청구서 만기일이 자동으로 정해지고, 만기일이 정해지면 독촉 시점도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CHUNGGU는 만기일을 기준으로 마감 3일 전· 당일·연체 3일에 리마인더를 자동 발송하고 그 이력을 남깁니다. 그래도 입금이 되지 않을 때 밟는 순서는 미수금 회수 단계별 순서를 참고하세요.